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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PA Robotics Challenge 챔피언 ‘DRC휴보’

여기에 2015. 6. 24. 09:22

KAIST 오준호 박사

 

 

<편집자주>

세계의 로봇업계가 주목했던 달파 로봇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 이하 DRC)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에 펼쳐진 DRC는 대회 개최 초기부터 수많은 이슈와 함께 한국 로봇들의 선전으로 우리 로봇업계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들려온 오준호 박사 연구팀의 우승 소식은 국내 로봇업계를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꼭 3년 전 이맘때 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DRC에 참가할 기회만 생긴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오준호 박사가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다. 이에 본지가 다시 한 번 그를 찾아 소감을 들어보았다.

취재 정대상 기자(press2@engnews.co.kr)

 

 

Q.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펼쳐졌던 DRC에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지금 기분은 어떠한가.

A. 우승을 한 직후의 감회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지금은 마치 큰 공연을 마무리 지은 뒤의 허탈감이랄까, 그런 느낌이 조금 든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 간 DRC를 준비하며 그간 진행해왔던 연구들이 뱅글뱅글 돌며 방향성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 어떠한 경연이라도 경연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나 조직은 없다. 경연이란 그저 그간 우리가 닦아놨던 기술력을 집약해 참가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제 또 어떠한 경연에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경연 준비는 연구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다시 연구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집중해서 준비한 연극무대의 막을 내리고,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Q. 이번 경기를 통해 세계의 휴머노이드들과 경합했다. 대회를 통해 느낀 점과 우승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A.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경기를 관전한 모두가 느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간 영상을 통해 엄청난 성능을 자랑했던 미국 혹은 일본의 로봇들이 저조한 성적과 아쉬운 결과를 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이번 과업을 쉽게 생각했다고 판단된다. 그간 공개된 영상들은 안전을 위한 줄을 매달고, 계산된 상황 하에서, 여러 번의 알고리즘 수정을 통해 팬시(Fancy)한 영상을 얻어 공개한 것이다. 아마 실제로 쓰인 적 없는, 연출된 데모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DRC 현장은 달랐다. 안전 줄을 매달지 않은 로봇이 500m가량 이격된,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스스로 과업을 수행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문고리 한 번 잘못 인식해도 나가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DRC에서 우승했다고, 휴보가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 일본 등의 휴머노이드들은 오랜 역사와, 기술적 깊이,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은 휴머노이드를 상대로 휴보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은 그 의미가 깊다.

더불어 그간 막연하게나마 로봇강국으로 인식되던 한국이 이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일본, 미국으로 구성된 ‘휴머노이드 리그’에 완벽한 멤버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Q. 이번 대회를 통해 중점적으로 준비한 부분은.

A. 안정성과 밸런스이다. 지난 중간평가 때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던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한다. 안정성과 밸런스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찾은 해답이다.

휴머노이드 플랫폼 내부를 살펴보면 드라이버의 안정화, 드라이버간의 커뮤니케이션 안정화, PC 안정화, 외부 커뮤니케이션 시 발생되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로봇이 스스로 해야 되는 부분과 명령을 받아 수행해야 되는 부분 간의 밸런스, 센서의 운용 등 수십 가지의 문제 중 하나라도 불안정하거나, 균형이 무너지면 안 된다. 일종의 시리얼 체인이라고 본다. 어떤 한 가지가 비대하고, 다른 한 가지가 미흡해 체인이 끊어지면 모든 것이 깨지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부분의 조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Q. 상금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A. 연구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보다 펀드멘탈(Fundamental)한 연구를 해보고 싶다. 좀 더 기초적인, 이를테면 보행이란 무엇인지, 안정성이란 무엇인지, 왜 우리가 로봇 개발을 위해 이렇게 헤매야 하는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와 같은 원천적인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것이다.

 

 

Q. 끝으로, 국내 로봇업계에 하고 싶은 말.

A. 로봇을 개발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단순히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사업결과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로봇다운 로봇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100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소 95점 이상은 달성해야 되는데, 대부분 80점 수준에서 정부의 지원도, 연구개발도 종료된다. 그러나 시작했으면 최소한 95~98점 이상은 자신의 열정으로 지속하기를 원한다.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천재가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맥락이다. 1%의 영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100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DARPA Robotics Challenge 챔피언 ‘DRC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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