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기계
삼천리기계 서홍석 대표 “4차산업이 됐든, 5차산업이 됐든 사람이 기본!” 본문
오랜만에 이상형의 ‘사장님’을 만났다.
자신의 주장을 직원들에게 큰소리로 설득하려드는 기업대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조용한 목소리로 그저 몇 마디 얘기하는, 그런 기업대표가 직원들을 감동시킨다. 삼천리기계 서홍석 대표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인천남동공단에 위치한 삼천리기계 사옥은 외모부터가 남다르다. 흔하게 생각하는 제조공장을 갖춘 기업사옥의 이미지가 아니라, 디자인적 요소를 갖춘 멋스러운 외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마치 유럽의 근교에 온 듯한 느낌이다. 사옥 안으로 들어가면 백화점에서나 볼 듯한 대형 주차타워가 또 한 번 사람을 놀라게 하고, 정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커피향이 사람을 푸근하게 한다. 또 한 번 놀란 것은 구내식당. 삼천리기계 유니폼을 입은 초로의 아저씨와 20대의 젊은 직원이 사이좋은 가족처럼 ‘밥’을 먹는 풍경은 삼천리기계가 왜 지속적으로 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또 조립 및 가공공장은 보통 공장의 이미지와 달리, 깨끗하고 쾌적하고, 널찍하다. 옥상에 마련된 축구장, 영화관, 탁구장 등, 직원을 위해 마련된 복지시설이 자연스럽게 사옥 내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사옥 안에서 모든 게 해결이 되는 삼천리기계 직원들은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마음이 저절로 들게 한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큰 성과는 서홍석이라는, 70을 바라보는 초로의 사장님의 ‘인간을 바라보는 마음’을 만났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4차산업이 됐든, 5차산업이 됐든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다’라는 자신의 경영관을 조용히 지나가는 말처럼 던졌다. 기업은 개인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이 서 대표의 변치 않는 신념이다. 서 대표와 나눈 짧은 대화를 통해, 이번 취재를 도와준 백유진 대리가 지나가는 말처럼 던진 “모든 삼천리기계 직원은 사장님을 존경해요!”라는 한마디가 그저 외부사람에게 가식적으로 하는 홍보용 멘트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조용한 리더십과 이를 통해 전달되는 카리스마! 이것이 삼천리기계를 존재하게 하는 저력이다. ‘사람이 있는 기업, 삼천리기계’를 취재했다.
기자를 만난 서 대표의 첫 마디는 “나는 인터뷰하는 것을 안 좋아해요”라는 말이었다. 남에게 떠벌리고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말이다. 실제로 인터뷰하는 동안 삼천리기계에 대한 자랑이나 기술력에 대한 과장된 고집은 한 마디도 없었다. 다음은 서 대표와 나눈 대화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Q. 2016년, 2017년 공구업계들이 수요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삼천리기계는 어땠습니까?
A. 우리가 제조하는 척이나 바이스, 실린더는 공구가 아니라, 공작기계의 부품, 기능유닛이에요. 공구나 공작기계 업체가 어려운 덴 어렵고, 좋은 덴 좋아요. 현재 공작기계 자체는 불황이 아닙니다. 일본만 해도 주문을 해놓고 납기가 길어져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질 만큼 상당히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어서 어떤 공작기계 업체는 상당히 호황이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있어요.
우리 삼천리기계는 일반 대리점 판매가 전체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4분의1은 대기업 납품, 나머지 4분의1은 수출에서 확보가 됩니다. 따라서 매출구조상 포트폴리오가 잘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공구업계가 어렵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 삼천리기계는 성장을 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2015년 삼성전자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에 우리제품이 대량 납품이 되면서, 일시적으로 2015년, 2016년 매출이 크게 올랐다가, 지금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 상황입니다.
Q. ‘척하면 삼천리’라는 유행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 유행어의 근원이 삼천리기계였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1975년 설립당시, 왜 척(Chuck)을 생산품목으로 정하게 됐습니까?
A. 삼천리기계는 지난 1975년에 설립되어 43년이 됐습니다. 선반용 스크롤척부터 시작 했는데, 얼마 안돼서 경쟁자가 없을 만큼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40년 이상 선반 척과 드릴 척, 유압척을 만들면서 ‘척하면 삼천리’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75년 당시에는 지금에 비해서 기술력이 100분의1 정도였다고 할 수 있는데, 20년 동안은 삼천리그룹에서 한 부서를 맡아서 일을 해오다, 98년 삼천리기계로 분사해서 오너로 독립을 했습니다. 독립을 해서 10년 동안은 일본과 기술제휴를 해서 사업을 했기 때문에 설계능력은 거의 없이 제조능력만 있었는데, 이후 일본과 결별을 해서 독자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지금은 75년 당시 기술제휴한 회사와 완전한 경쟁상대가 됐습니다. 지금은 설계부터 제조, 개발까지 전혀 외국기술에 의존을 하지 않아요.
Q. 삼천리기계는 척하면 삼천리라는 유행어와 함께, 직원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역시 유명합니다. 직원을 위해 어떤 제도나 시설이 운영이 되고 있는지 자랑 좀 해주시지요.
A. 4차산업혁명은 빅데이터, 로봇으로 대변이 돼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보화ㆍ자동화입니다. 삼천리기계도 여기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자체가 스마트공장이 되려면 제조시스템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4차산업이 됐든, 5차산업이 됐든 변치 않는 것은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점입니다. 기업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도 큽니다. 사회와 국가는 결국 사람입니다. 기업은 사원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의 돈벌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4차산업이 됐든, 5차산업이 됐든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인데, 이 기술은 사람에서 나옵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사람의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 없어지게 되는 그날까지는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 직원을 중시하는 마인드는 자랑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입니다. 복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직원들이 즐겁게,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서, 일시적인 이벤트성이 아니라 꾸준하게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지멘스나 GE같은, 인더스트리 4.0이나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행보를 보면, 삼천리기계 같은 로컬 기업들이 변화를 따라가는데 상당히 벅찰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A. 지멘스나 GE, 구글과 같은 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우리에게 맞는 행보가 필요합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는 없어요. 공작기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단지 우리가 속한 업계에서 앞서가는 회사가 되는 것밖에 길이 없어요.
지금까지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나는 직원들에게 놀아도 좋으니까 남과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합니다. 튀어야 삽니다. 자꾸 실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패를 통해서 배우게 되는 거니까요.
Q. 바이스나 척, 실린더 같은 공작기계 유닛 분야의 시장 요구는 어떻게 바뀌고 있습니까?
A. 생각보다 잘 안 바뀌어요. 급변하는 세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습니다. 공작기계 업계에는 여러 업체가 있는데, 과거에 비해 몇 배 차이가 나는 회사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망한 회사도 없어요. 이게 공작기계 업계의 특징이에요.
스크롤 척을 처음 만들었던 75년 젊었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지금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우려는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자동차산업이 바뀌지 않겠는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전기자동차나 자율 주행자동차가 되면 엔진이나 미션이 없어지게 돼요. 공작기계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자율자동차가 되면 자동차 자체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져요. 자동차 대수 자체가 2분의1로 줄어들게 되면서,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것은 단지 공작기계 업계만의 일이 아닙니다. 굉장히 큰 변화에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대응을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질 못합니다.
또 3D 프린터가 과거에는 장난감을 만드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공작기계가 하는 절삭이라는 작업을 필요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위기죠.
그러나 세상은 예상대로만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부터 30년 전에 이렇게 아이를 많이 출산하면 어떻게 먹고 살겠느냐 걱정을 하고 산아제한을 하고 야단이었지만, 지금은 반대의 걱정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카메라도 필름이 없어지면서 카메라 회사 다 망했다고 걱정을 했지만, 카메라 필름을 만들던 코닥이나 후지 같은 회사는 도산한 반면, 캐논 같은 회사는 건재합니다. 세상은 예상대로 가는 것도 있지만, 예상 밖으로 가는 것도 있어요.
얼마 전까지 삼성전자 베트남공장과 관련해 우리 삼천리기계도 많은 일을 했는데, 그 전에는 공작기계가 스마트폰을 만드는데 쓰이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은 다 가공을 해서 만듭니다. 앞으로 핸드폰 못지않게 ‘1인 로봇시대’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데, 로봇이 무거운 것을 대신 들어주고 비서노릇을 하고, 대신 싸워주고 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수많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 공작기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화낙은 지금 연간 6천대의 로봇을 생산하는데, 2020년이 되면 한 달에 1만대의 로봇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이렇게 세상이 바뀌면서 국가에서도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은 간단하게 말하면 사람을 줄이는 것입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약국에 약사가 필요 없게 되죠. 처방전대로만 약을 팔면 되고 자판기만 있으면 됩니다. 의사도 마찬가지죠. 장비를 조작하는 기사가 MRI나 초음파 검사를 한 데이터가 전산으로 온라인에 올라오면 의사는 검사결과를 보고 약을 먹을 것인가, 수술을 할 것인가 처방만 하면 됩니다. 판단을 하는 건 왓슨(Watson)이 훨씬 유리해요. 의사는 전문기술을 습득하는데 10년이 걸리지만, 왓슨은 의사와 똑같은 의료지식을 가지는데 몇 십 초면 됩니다. 더 나아가서 스스로 진화를 합니다.
창의적인 것은 인간이 할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얼마 전에 일본에서 열린 로봇쇼에 가보니까 로봇끼리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하는데, 이게 사람인지 로봇인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이 기절초풍을 합디다. 거대한 세상의 변화에 대해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입장에서 생각할 뿐입니다.
Q. 삼천리기계의 중장기계획에 대해 여쭤보는 것도 의미가 없겠습니다.
A. 시대가 바뀌는데 중장기 계획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내일도 모르는데, 중장기 계획을 어떻게 세웁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누가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는가에 사활이 달려 있습니다. 제품도, 홍보도, 관리도 지금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가야 합니다. 전혀 새로운 모습, 이것이 4차산업혁명입니다.
Q. 마지막으로 삼천리기계에 대해 어떤 기업 이미지를 원하십니까?
A. ‘삼천리기계는 변화하는회사다’라는 이미지를 원합니다.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변하는 세상에 맞춰 모습을 바꿔 나가는 삼천리기계가 됐으면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행복지수는 똑같다는 것입니다.
<삼천리기계 History>
• 1975년 삼천리그룹, 일본 기타가와 사와 기술제휴로 국내최초로 선반용 척 생산
• 1998년 삼천리그룹에서 삼천리기계로 분사
• 2010년
- 미국 현지법인 Samchully Workholding 설립
- 세계 최대 관통구경 대형 유압실린더 SYHL-39024 개발, 출시
• 2011년
- 신뢰성 인증 R(Reliability) 마크 획득 [한국기계연구원]
- 인도 대리점 개설(Mumbai, Delhi)
- NC 로터리테이블 누적 판매대수 1000대 돌파
• 2012년
- 서비스센터 (1544-3122) 설립 및 출범
- 창원 영업소 확장 및 물류센터 설립
- 제 3 공장 설립
• 2014년
- 신보스타기업 선정 [신용보증기금]
- 삼천리기계 남동공단 통합 신공장 착공
- 3공장 → SP센터로 명칭 변경, 구 본사로 이전
- 본사, 1,2공장 → 신사옥으로 통합 이전
• 2015년 신사옥 준공식
삼천리기계 척 제품군
툴링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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